2세대 전기차용 나트륨이온 배터리 개발중
전고체 배터리에 바이폴라 기술 적용

LG에너지솔루션이 나트륨(소듐)이온 배터리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 이전에 다른 차세대 배터리보다 우선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 손권남 차세대전지개발센터장은 10일 SNE리서치가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개최한 ‘차세대 배터리 컨퍼런스(NGBS)2025’에서 “모빌리티의 전동화가 더 확대되면 리튬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 센터장은 “1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출력 특성을 감안해 12볼트의 무정전 전원장치(UPS) 백업용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2세대는 전기차 시장을 타깃으로 리터(ℓ)당 450와트시(Wh)의 에너지밀도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양극에 리튬 대신 나트륨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이차전지로 소듐이온 배터리라고도 한다. 나트륨은 리튬에 비해 풍부하고 구하기 쉬운 자원으로 광물 안보 이슈에서도 자유롭다. 다만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무게가 무겁고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에너지밀도도 낮은 편이다. 또 규모의 경제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서는 아직 가격이 비싸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기술 발전에 따라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에너지밀도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량 양산 체계를 갖추면 가격도 낮아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나트륨이온 배터리에도 건식 전극 기술을 적용해 생산 비용을 낮출 계획이다.
손 센터장은 “무엇보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공정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2030년 이전에 다른 차세대 전지보다 조기에 출시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강조한 것은 과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을 과소평가해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서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향후 나트륨이온 배터리 시장이 개화할 경우 또다시 중국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일부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CATL 등 중국 기업들은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시장 가능성을 보고 지속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3월 CATL은 2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개발 중이며 성능 지표가 LFP 에 근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NE리서치는 리튬이온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나트륨이온 배터리 시장이 확대될 경우 2035년 시장 규모가 142억달러(약 20조6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손 센터장은 “전기차 제조사들도 나트륨이온 배터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나트륨이온 배터리 개발 과제 주관사이기도 하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는 지난달 열린 인터배터리2025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술력은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나트륨이온 배터리의 공급망을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2024년 기준 나트륨이온 배터리 기업의 83.7%가 중국에 있다. 이날 손 센터장은 “공급망 측면에서 중국이 초창기부터 주도했기 때문에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며 “국내 소재 기업들이 고용량 기술에 중점을 두고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기술은 바이폴라(bipolar) 전지다. 바이폴라는 하나의 전극 집전체에 양극과 음극을 코팅하고 분리막을 사이에 두고 적층하는 기술이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에 적용하고 있는 모노폴라(monopolar) 구조는 양극과 음극 집전체에 각각 양극과 음극을 도포하고 병렬로 연결한다.
바이폴라 방식은 직렬 구조를 구현함으로써 고전압 배터리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기술이다. 손 센터장은 “바이폴라는 셸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기 때문에 부품 수를 50% 정도 줄이고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폴라 배터리는 결과적으로 배터리 비용을 낮추고 전기차의 주행거리도 확대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바이폴라 공법을 이용해 120볼트의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손 센터장은 “바이폴라 배터리는 파우치와 각형의 하이브리드 폼펙터로 개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반고체 소재로 바이폴라를 구현하고 있으며 향후 전고체 배터리도 바이폴라 방식으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손 센터장은 또한 황 양극과 리튬 음극을 활용해 최대 ㎏당 500Wh의 에너지밀도를 갖는 리튬황 배터리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리튬황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가볍기 때문에 무인기 등 항공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리튬황 배터리는 양극에 저렴한 황을 적용함으로써 소재 비용을 30~4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새로운 양극재 코팅 기술을 통해 기존보다 수명과 출력 특성을 향상한 전고체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센터장은 “새롭게 개발한 아지로다이트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시험한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이온 전도도를 갖는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 양산을 위한 공정 개발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 출처 : 아시아경제 | https://www.asiae.co.kr/article/2025041015302899543